기초연금, 11년간 금액은 1.75배가 됐는데, 구조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 그래픽=장한형

2015년 7월 6일 기초연금 1주년, 그날 원고

Q.가장 먼저 어떤 문제점을 꼽을 수 있나?

A.우선, 기초연금의 목표수급률 달성에 관한 사항이다.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목표수급률 달성 여부가 운영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기초연금 시행 이후 실제 수급률은 전체 노인의 66.1~66.8%로 목표수급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지급대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현행 기초연금 선정기준액과 소득인정액의 산정방식이 적절한 지 다시 한 번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Q.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이 받는 기초연금은 소득으로 인정돼,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비가 줄어드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A.사실, 현행 기초연금제도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다. (…)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기초연금 급여 증가분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된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혜택이 가장 빈곤한 노인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때, 이랬다

당시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였다. 소득인정액이 단독가구 93만 원, 부부가구 148만8000원 이하면 받았다.

방송에서 나는 4가지를 지적했다.

  1. 목표는 70%인데 실제 수급률은 66%대에 그친다
  2. 물가에 연동돼 인상폭이 국민연금 소득 연동보다 작다
  3.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는 만큼 생계급여가 깎인다
  4.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재정 분담을 두고 맞서고 있다

11년이 지났다. 하나씩 채점해본다.


지금, 이렇다

항목 2015년 2026년
월 최대 지급액 20만 원 34만9700원
선정기준액(단독) 93만 원 247만 원
선정기준액(부부) 148만 8,000원 395만2000원

금액은 1.75배, 선정기준액은 2.66배가 됐다. 숫자만 보면 제도가 크게 자란 것처럼 보인다.


채점

금액을 올리는 일은 표(票, votes)가 되고, 구조를 고치는 일은 표가 안 된다. 11년간 금액은 1.75배가 됐는데, 구조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 그래픽=장한형

① 목표수급률, 문제가 뒤집혔다

11년 전에는 “70%를 왜 못 채우나”가 문제였다. 지금은 반대다.

2026년 선정기준액 247만 원은 단독가구 기준중위소득 256만4000원의 96.3% 수준이다. 정부는 이 상황을 두고 노후 소득보장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제도개선을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등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70%라는 비율을 지키려다 보니, 노인 소득이 오른 만큼 기준선도 따라 올라갔다. 이제는 중위소득에 근접한 사람까지 대상이 된다.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고, 맞았다고 하기도 어렵다. 다만 내가 그때 던진 질문 — “선정기준액과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이 적절한가” — 은 11년이 지난 지금 더 무거워졌다.

한 가지 더. 2025년 9월 통계 기준으로 실제 기초연금 수급자의 약 86%는 소득인정액이 150만 원 미만인 중·저소득자다. 기준선은 247만 원인데 실제 받는 사람 대부분은 그 절반 아래다. 기준선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그때보다 벌어졌다.

② 물가연동, 그대로다

2015년 방송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2014년 물가상승률은 1.3%였는데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 상승률은 3.2%였다고. 물가에 묶어두면 기초연금 인상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11년이 지났고, 연동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된다.

당시 나는 “5년에 한 번 급여적정성 평가를 하게 돼 있으니 그때 검토될 것”이라고 했다. 그 낙관은 빗나갔다.

③ 기초생활수급자 삭감, 역시 그대로.. 이게 최악!

가장 시급하다고 했던 문제다. 그리고 11년 동안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2026년 생계급여는 1인가구 기준 82만 556원이다. 기초연금 34만9700원을 받는 수급자는 그 금액이 총 수급비에서 그대로 삭감된다. 국민연금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받는 순간 같은 액수가 빠져나간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그대로다.

2015년 방송에서 나는 “기초연금 혜택이 가장 빈곤한 노인에게 돌아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 문장을 지금 다시 읽으면, 시제만 바꿔 그대로 쓸 수 있다.

④ 재정 분담, 형태를 바꿔 남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분담 갈등은 지금 제도 지속가능성 논의로 옮겨갔다. 문제가 풀린 게 아니라 더 큰 문제로 자랐다.


왜 그랬나

11년간 금액은 1.75배가 됐는데, 구조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

이유는 단순하다고 본다. 금액을 올리는 일은 표(票, votes)가 되고, 구조를 고치는 일은 표가 안 된다.

기초연금을 5만 원 올리면 700만 명이 체감한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생계급여 삭감 구조를 고치면, 혜택을 보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고 설명하기는 훨씬 어렵다.

그래서 매년 금액은 오르고,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시계추처럼 같은 자리를 오간다.

11년 전 방송에서 나는 이 구조를 지적하면서도, 어딘가에서는 곧 정리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원고를 다시 읽으니 그 낙관이 문장 사이에 배어 있다. 그게 내가 틀린 부분이다.


지금 이 시장에 들어오는 분들께

이 이야기가 정책 비판으로만 읽히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시니어 대상 사업을 준비 중이라면, 위 숫자는 그대로 고객의 지갑 구조다.

첫째, 금액보다 성격을 보자. 34만9700원. 이 돈은 매달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으로 들어온다. 액수는 작지만 예측 가능하다. 가격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총소득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다.

둘째, “노인은 돈이 없다”는 문장을 의심하자. 2026년 선정기준액이 중위소득의 96.3%까지 올라온 이유는 시니어의 소득·재산 수준이 실제로 올랐기 때문이다. 2026년 선정기준액이 전년보다 19만 원 오른 배경에는 공적연금 소득 7.9% 상승, 사업소득 5.5% 상승, 주택·토지 자산가치 각각 6.0%·2.6% 상승이 있다.

동시에 수급자의 86%는 소득인정액 150만 원 미만이다. 이 두 사실은 모순이 아니다. 시니어 시장은 하나가 아니라 최소한 둘로 갈라져 있다는 뜻이다. 이 기준 하나만 보더라도, 시니어시장에도 분명히 양극화가 존재한다. 이 시장을 하나로 보고 상품을 만들면 어느 쪽에도 팔리지 않는다.

셋째, 11년째 안 풀린 문제는 시장이다. 정책으로 11년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즉, 표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그건 앞으로도 정책으로 풀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책이 못 푸는 자리는 대개 민간이 들어갈 자리다.

다만 조건이 있다. 11년째 안 풀린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모르고 뛰어들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유로 막힌다. 왜 안 풀렸는지부터 보는 것이 순서다.


장한형은 2007년부터 2024년 12월까지 18년간 KBS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 매주 월요일 출연했다. 이 칼럼은 당시 방송 원고를 오늘 기준으로 다시 읽고 채점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