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6일, 그날의 원고
같은 날 방송의 두 번째 꼭지였다.
Q. 왜 이렇게 재취업기간이 길어지는 걸까?
A. 이들이 이처럼 오랜 기간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만’으로 분석된다. 대체로 현 직장의 임원이나 관리자급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라면 어느 곳이나 재취업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
Q. 그렇다면, 이미 퇴직한 분들이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이번 조사에서 중장년 구직자들 스스로 시니어 채용시장에 맞도록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 ‘왕년에 내가 대기업 임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하찮은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당시 인용한 조사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취업포털과 공동으로 40세 이상 중장년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인식 조사’였다.
그때, 이랬다
숫자는 이랬다.
- 43%가 재취업 준비기간 없이 퇴직
- 퇴직 후 1년 이상 무직 37.1%, 6개월~1년 26.6%
- 3개월 이내 취업 성공은 18%
- 임원급은 1년 이상 장기 구직이 42.8%
그리고 처방은 하나였다. “눈높이를 낮춰라.”
나도 그 결론에 동의하며 방송을 마쳤다.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자만’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썼다.
지금, 이렇다
먼저 정직하게 밝힌다. 2015년 조사와 완전히 같은 방식의 최신 조사를 찾지는 못했다. 조사 주체와 표본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방향은 충분히 읽힌다.
① 구직 기간

2020년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40세 이상 구직자 268명을 조사한 결과, 6개월 이상 구직 중인 사람이 57.8%였다. 1년 이상은 31.3%. 5년이 지났는데 그래프 모양이 거의 겹친다.
2024년 3월 벼룩시장의 ’40세 이상 중장년 퇴직 실태 조사’에서는 구직활동 중인 응답자의 평균 구직 기간이 4.4개월로 나타났다.
② 준비 여부
2025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보고서는 중장년층의 퇴직 후 재취업 준비 여부에 대해 대다수가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정리했다. 자격증 취득에 도전한 사람은 32.4%였고, 그중 83.1%가 취득에 성공했지만, 자격증 관련 분야로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50.4%에 그쳤다.
11년 전 문장을 그대로 옮겨도 무리가 없다.
채점

진단은 맞았다. 준비 없이 퇴직하고, 오래 걸리고, 임원급일수록 더 오래 걸린다. 이 구조는 지금도 그대로다.
그런데 처방이 틀렸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2020년 같은 조사에서 확인된 수치다. 퇴직 당시 월 500만 원 이상을 받던 사람이 21.6%였는데, 재취업할 때 월 500만 원 이상을 희망한 사람은 1.5%였다.
14분의 1이다.
“눈높이를 낮춰라”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낮췄다. 그것도 바닥까지 낮췄다. 그런데도 6개월 이상 구직 중인 사람이 57.8%였다.
눈높이가 문제였다면, 눈높이를 낮춘 뒤에는 취업이 됐어야 한다. 안 됐다. 그러면 처방이 틀린 것이다.
왜 그랬나
11년 전 나는 그들의 ‘자만’이라는 단어를 썼다. 지금 다시 보면, 그건 구직자 개인의 태도 문제로 사안을 좁힌 것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이런 대목도 있었다. 구직 경로를 물었더니 인터넷 32.9%, 모바일 14.8%로 온라인이 절반 가까웠고, 고용센터 방문 19.5%, 지인 소개 13.0% 순이었다.
전부 “빈 자리를 찾아가는” 경로다.
이력서를 쓰고, 공고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20년, 30년 일한 사람이 자기 경력을 A4 두 장으로 압축해 100대 1 경쟁에 밀어 넣는다.
이 구조 안에서는 눈높이를 낮추든 높이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리가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내가 놓친 것은 여기였다. 사람을 자리에 맞추는 방식 자체가 한계에 왔다는 걸, 그때는 보지 못했다.
지금 이 시장에 들어오는 분들께
이 이야기는 구직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시니어 대상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는 정보다.
첫째, 11년째 안 풀린 문제는 시장이다.
정책과 기관이 11년간 같은 진단, 같은 처방을 반복했는데 지표가 그대로다. 정부는 2026년 폴리텍 중장년 특화훈련 규모를 7700명으로 확대했고, 전국 32개 중장년내일센터가 경력 분석과 1:1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자원은 계속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도 안 풀린다. 역시, 정책이 못 푸는 자리가 민간이 들어갈 자리다.
둘째, 문제는 ‘취업’이 아니라 ‘연결’일 수 있다.
자격증을 딴 사람의 절반만 그 분야에 취업했다. 눈높이를 14분의 1로 낮춰도 절반 이상이 6개월을 넘긴다. 빈 자리를 찾아가는 방식 자체가 병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다. 자리를 찾아가는 대신, 자기가 가진 것을 직접 파는 것. 30년 현장에서 쌓인 판단 기준은 이력서에 한 줄도 안 들어가지만,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이 연결을 만드는 것이 지금 비어 있는 자리다.
셋째, 다만 조건이 있다.
11년째 안 풀린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모르고 뛰어들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유로 막힌다. 이 시장에서 사업을 하겠다면, “왜 아직도 안 됐는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나는 그 질문을 11년 늦게 던졌다.
장한형은 2007년부터 2024년 12월까지 18년간 KBS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 매주 월요일 출연했다. 이 칼럼은 당시 방송 원고를 오늘 기준으로 다시 읽고 채점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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