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책과 잘 어울리는 계절,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던 5060 시니어들이 북콘서트를 엽니다. 오는 11월 24일 목요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50+센터 4층 강당에서 진행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영등포50+센터의 ‘작가도전교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했답니다. 그 결과 17명이 드디어 작가가 됐지요. 회원 모두의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 ‘다시, 사랑을 이야기할 때’로 출간했습니다. 시니어 나이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수강생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전국 규모의 각종 문학상에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11월 10일, 김혜주 강사의 ‘작가도전교실’ 10기 마지막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수업 후에는 북콘서트 리허설이 있었지요. 춤과 노래, 낭독 등으로 시니어들의 열기가 가득한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
5060 시니어들과 김혜주(61) 강사의 ‘작가도전교실’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웠던 상반기에는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이었지만, 참여자 모두 진지한 열기로 가득했다. 지도강사의 수업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진행됐다. 숙제도 강하게 냈다. ‘어느 책 어느 부분을 읽고, 나는 어떻게 느꼈는지 써오라’ 또는 ‘한 편의 수필을 써와라’,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지도했다. 수강생들에게는 “여느 문예창작과 학생들보다 수준 높은 실력”이라며 격려도 잊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많이 해제됐다. 수업도 대면으로 바뀌었다. 수강생들은 전국 규모의 각종 문학공모전을 준비하며 글솜씨를 갈고 닦았다.
그 결과 17명의 수강생 중 8명이 수상했다. 문학을 전공한 이들이 아닌 무명의 일반인들이었다. 시니어들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김혜주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작가의 꿈을 꾸게 하고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이끌었다. 그는 북콘서트를 열며 “일 년을 마무리 하는 느낌이에요. 지난 6년 동안 이번이 벌써 6번째 공동 출간입니다. 매 번 나름의 벅찬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북콘서트는 더 벅차고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평범했던 자신의 일상에 작가라는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라고 감격했다.
이번 수상자들의 글쓰기 실력에 대해선 “이분들은 1년 동안 강의를 듣고 책을 썼어요. 문학을 전공한 이력도 없지요. 하지만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소환시켰습니다. 그 꿈을 향해 성실하게 글을 써왔어요. 전국 규모의 문학상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치열하게 글쓰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라고 평했다.
김혜주 강사는 시니어들이 글쓰기하면 좋은 점에 대해 “글쓰기는 거울이에요. 나를 비춰보는 행위지요.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에요. 또 치유기능이 있어요”라며, “뒤늦은 일은 없어요. 한 때 문학소녀소년이었던 세대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이름 뒤에 작가라는 이름을 하나 더 얻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덧붙였다.
‘작가도전교실’ 10기 수강생들의 면모
선수필 신인상, 2021~2022 매일시니어문학상, 제8회 철도 문학상, 제9회 직지소설문학상, 2022년 정의양 제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제16회 동서문학상 수필 입선과 소설부문 동상 수상 등 화려하다.
‘작가도전교실’ 수업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열(67) 작가는 ‘가을 꽃’으로 선수필 신인상을 받았고, ‘은색 물결 같은 강의 기억’으로 2021년 매일시니어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워낙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글쓰기도 평소에 즐겼죠. 의미 있는 문학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 이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합니다. 수필이, 문학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울림을 줄 수 있는 메타포(은유) 같은 것이, 주제와 어울리며 들어가 있어야 하지요. 그런 것들이 그냥 써지지 않더라구요. 많이 고민하고 만들어내야 해요. 끊임없는 노력과 고통을 요구해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한 창조적인 고난이 나중에 큰 희열을 줬어요. 그때 무척 행복했어요” 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상열 작가는 “수필은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앞으로는 소설에 도전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총무 직을 맡고 있는 양윤선(59) 작가는 제16회 동서문학상 소설부문에서 동상을 받았다. 작품은 ‘꿈속의 꿈’이다. ‘앙리 루소의 꿈’이란 그림을 소재로 미혼모와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그는 작품에 대해 “꿈은 어떻게 보면 평화롭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정글도 꿈에서 깨고 보면 위험한 장소구요. 미혼모의 꿈이랑 현실을 접목시켜 풀어냈어요” 라고 설명했다.
양윤선 작가는 “평소 영화를 좋아해서 10년 넘게 개인 블로그에 영화리뷰를 썼어요. 문학으로써의 글은 아니었지만 글쓰기 습작 비슷하게 된 거라 생각해요” 라며 소설가의 밑거름을 보여줬다.
양 작가는 또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감격스럽고 감사하죠. 초보 작가지만 앞으로는 글의 무게를 생각하며 소설 창작에 힘쓰겠어요” 라며 밝게 웃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강숙희(59) 작가. 그는 수강생들과 함께 ‘다시, 사랑을 이야기 할 때’를 발간하며 두 편의 수필을 담았다.
강 작가는 작가이면서 다시 ‘작가도전교실’을 수강한 이유가 색달랐다. “우연한 기회에 김혜주 강사의 강의를 들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계속 듣기로 했어요. 실은 글을 잘 쓰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생각해 보게 되고, 미래의 나를 그리는 과정이에요. 선생님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이 늘어나는 것 같았어요” 라고 말했다.
강숙희 작가는 “4주에 한 번씩 고전을 읽고 토론 시간을 가졌는데, 내 삶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라며 문학 강의를 듣는 즐거움을 표현했다.
그가 낸 수필 중 ‘겨울나무’는,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노후에 대한 삶과 그리움을 담았다. 강 작가는 “60대가 돼서야 아버지의 당시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며 뒤늦은 후회를 보였다.
다른 작품 ‘아름다운 번개’에서는 자전거를 타면서 깨달았던 순간을 일상의 삶에 반영하는 얘기를 썼다.
강 작가는 “한 해의 결실을 맺으며 내 글이 남는다는 것, 다른 문우들과 교류하고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으로 북콘서트의 소감을 말했다.
“많이 놀러 오세요”
북콘서트 1, 2부 출연자는 모두 수강생들이다.
1부는 회장인 이상열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다. 먼저 각종 문학상 수상자들의 소감 발표가 있다. 이어 ‘다시, 사랑을 이야기 할 때’에 작품을 낸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중 일부를 낭독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과보고를 할 예정이다.
2부에서는 공연이 펼쳐진다. 김효남 낭송가의 시 낭송과 김혜경 피아니스트의 쇼팽곡이 연주된다. 톱 연주는 채수원 작가가 맡았다. 축가로는 이희숙 작가가 열창하고, 이어 전체 작가들의 훌라춤 공연도 있을 예정이다.
행사 마지막에는 북콘서트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손을 잡고 합창을 하게 된다. 공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강생이다.
깊어가는 가을밤, 시니어들의 감성 문학! 맛있는 김밥과 샐러드, 과일이 있는 도시락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시니어들 가슴에 낭만의 단풍이 찾아드는 시간을 갖게 된다.